나는 영국에 도착하고 바로 다음날 가방을 잃어버렸다.
소매치기로 잃어버린 건 아니었고, 내가 버스에 두고 내린 것 같다.
잃어버린 가방 속에는 바로 전 날에 인터넷면세로 구매했던 새 지갑이랑 1000파운드, 220유로, 여권, 그리고 다른 자질구레한 것들이 있었다.
잃어버린건 내 잘못이지만 변명해보자면, 해외여행이 처음이라서 현금을 어떻게 보관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었고, 현지 은행에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듣기도 해서 저렇게 위험하게 챙겨서 나갔던 것 같다.
영국에서 앞으로 3달을 생활해야 하는데, 첫 날에 전 재산을 잃어버리니까 뭔가 현실감이 없었다. 가방을 잃어버렸다는걸 알아채고서 2시간 정도를 패닉상태로 계속 버스회사에 전화해보고 바로 전에 들렀던 마트에도 전화했다.
사진출처) https://lawrencelivingphotographe.smugmug.com/TFL-Bus-Routes/TFL-Bus-Routes-100-to-199/Route-118-Morden-Station-to-Br/i-v55jJV4
가방을 두고 내린 버스가 Go-Ahead사에서 행하는 118번 버스였다는 건 기억하고 있어서 버스회사에 전화했는데, 상담원은 안나오고 ARS만 계속 나와서 그거 이해하느라 5번은 넘게 들었던 것 같다. 그 뒤에 전화했던 Tesco도 상황은 마찬가지.
그때는 엄청 속터지고 짜증났지만, 지금생각해보면 이 경험 덕분에 듣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것 같다.
그런데 신기한 점은, 거의 200만원을 잃어버렸는데 2시간 정도 찾고 나니까 별 생각이 없어졌다는 거다.
너무 큰 금액이라서 그런가?
내가 찾아본 바로는 버스에서 발견된 분실물은 차고지에서 1주일을 보관하다가 런던 종합 보관소로 옮겨지고, 거기서 한 달을 보관한다고 했다.
그래서 혹시나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다음날 Stockwell에 있는 버스 차고지에 가 봤는데, 분실문들중에 내 가방은 없더라.
가방에 여권이 있어서 누군가 대사관으로 연락해주지 않을까.....?하는 희망도 잠시 가져봤는데, 연락이 안왔던 것 같다.
결론 : 영국에서 짐을 잃어버린경우 다시 찾기는 아주아주 어려우니 절대 잃어버리지 말자.
'Travel > England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출국전 짐싸기 (0) | 2018.05.07 |
---|---|
주영한국대사관에서 여권재발급 (0) | 2018.01.14 |
Westminster (0) | 2017.12.24 |
Covent Garden (0) | 2017.12.24 |
일상생활 (0) | 2017.12.24 |